$$ \color{cornflowerblue}\large\text{<The day of the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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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렐리아 라크 캐너릿은 카나리아 인형을 껴안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다. 늘 그렇듯, 지긋지긋하다는 눈을 한 채다.

학교에서는 적어도 붙잡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라도 있다. 즐거운 대화만 오가는 일은 드물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껏 웃고 떠들고 소리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엘라에게 집은 점점 더 낯설고 거칠어진다. 지금처럼, 묵직한 푸른색의 하늘 아래에서 사람의 말소리 대신 잔잔한 새소리만 들려오는 새벽이 아니라면…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애의 웃음소리가 익숙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섞인다. 어머니 역시 달그락달그락 기분좋은 일상의 소리를 내시며, 둘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계실 테다.

조금이라도 눈을 모나게 뜨면 그 다정한 목소리는 이윽고 단호해진다: “오렐리아 라크 캐너릿. 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 애니를―”

먼저 위해줘야 한다. 이곳이 낯설 테니까, 적응이 필요하니까, 많이 누려보지 못했으니까… 익숙하다,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너무 많이 들어 토악질이 나온다. 그것들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면 집에서는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두 손에 가득했던 것들은 사라지고, 옥죄는 듯한 규칙만이 남았다.

원래, 그것들이 전부 나의 것이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한참 전부터 옷장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무수한 반짝임을 반사하던 옷장 안의 거울은 검고 텅 빈 공간만을 비쳤다. 꾹꾹 눌러두었던 것들이 다시 떠오른다, 산소를 만나 파직거리는 불꽃이 된다.

오렐리아 캐너릿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서랍을 느리게 열고 하늘색 봉지를 챙긴다.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히 현관 앞에 선다.

하늘색 가죽 구두에 가루를 고르게 뿌린다.

조금 주저하는가 싶다가, 결국 지팡이를 꺼내든다.

톡톡 구두를 두드리며 작게 중얼였다.

로코모토르 모르티스. …이게 효과가 있을까?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직 아침이 밝으려면 멀었다. 그 아이가 평생 소원이었다던 늦잠에서 일어나 부모님께 아양을 부리고, 친구와의 약속에 나갔다 오겠다고 자신의 구두에 발을 꿰어넣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렐리아는 얼굴을 인형에 완전히 묻고는 두 눈을 감았다. 숨이 막힐 듯이 조여오고 나서야, 겨우 익숙하고 편안한 냄새가 맡아졌다.